수행일기 | Posted by 연꽃새벽 2013.08.22 00:58

오랜만에...

이제 개강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방학은 엄청나게 바쁜 느낌이다. 아니, 실제로 조금은 바빴다. 내가 먼저 연락하겠다고 했던 이들에게 대부분 연락을 하지 못했다. "다음에 봐"는 사실 굉장히 요식적인 작별인사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항상 거기에 "내가 먼저 연락할게"라고 덧붙이며 진실성을 강조하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거의 지키지 못하고 먼저 연락온 친구들만 만날 뿐이었다. 미안한 마음이다. 결국 다 내 업보로 쌓여 언젠가 돌려받게 될 것이다.

왜 바빴는지 구차하게 변명을 하자면 동아리 두 개 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런데 사실 시간이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혼자 책, 영화, TV 보는데 들인 시간은 부끄...러울 정도로 많다. 더 변명을 해보자면 그런 시간이 필요했다. 올 한해는 유독 감정이 요동쳤고 생각도 끊임없이 변했다. 나는 내 감정이나 사상의 폐부를 찔리면 급격히 당황하며 무너지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에야 정말 감정을 아무렇지 않게 가장하는 데 일가견이 있다. 그러나 그 것도 오래하면 참 피곤하고 나에게나 남에게나 죄책감 드는 일인지라 방학에는 가면을 벗어두고 나를 마주하고 싶었다. 그런 시도 끝에 내린 결론은 내가 요동쳤다고 생각했던 나의 감정과 사상이 놀랍게도 내가 씌운 가면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 가면에 내가 도리어 속아버린 꼴이었다. 이제 나의 투쟁의 방향은 그런 가장들을 하나씩 벗겨내는 일이 될 것이다. 벗겨보다가 너무 참담하면 다시 가면을 씌워 가릴지도 모르지만 일단 당분간은 나에게나 남에게나 좀 더 솔직해질 생각이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덧붙이자면 그렇다고 거짓말쟁이였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진실을 묘하게 피해다녔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신고

'수행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랜만에...  (0) 2013.08.22
화두  (0) 2012.10.28
6월 4일(음 4월 15일)의 일기  (0) 2012.06.04
생각풀기 | Posted by 연꽃새벽 2012.11.16 17:54

예술영화의 위기와 그 대책의 고찰

제가 속한 동아리인 이울진료회의 2학기 두 번째 웹진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술영화를 좋아하고 자주 보지만 전문분야가 아닌 탓에 졸고가 되었습니다. 양해 바랍니다.

 

 

  2012년 9월,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가 베네치아 국제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최초로 황금사자상(Leone d’oro)을 수상하였다. 그 뒤로 대중과 언론, 정치권에 이르기까지 예술영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이 쏟아졌고, 정확히 두 달이 지난 지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다시 예술영화의 위기를 이야기한다.


  우선 예술영화가 무엇인지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 예술영화는 비교적 최근인 1950년대부터 사용되기 시작한 용어로 사회적이고 심리적인 현상에 초점을 맞추고 상업적인 의도보다는 예술적인 의도가 두드러지는 영화이다. 이는 이탈리아의 네오리얼리즘, 프랑스의 누벨바그, 독일의 뉴저먼 시네마, 미국의 뉴시네마와 언더그라운드 영화, 여성 영화, 독립 영화를 아우르며 대체로 이런 영화들은 거대 자본으로부터 벗어나 흥행보다는 작품성과 작가성에 의존하며 고전적인 내러티브 에서 벗어난 분산적인 이야기 구성과 비영웅적인 평범한 주인공을 등장시킨다는 특징을 갖는다. 최근 들어서는 예술영화와 상업영화(대중영화)의 이분법적인 도식을 해체하려는 움직임도 있으나 현실적인 재정적 문제, 상영관 배급의 문제 등을 통해 볼 때 오늘날 한국에서 이 둘의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주장은 너무나도 순진하다.

 

  일부 언론에서 지속적으로 보도되는 대로 예술영화는 객관적으로 위기임이 분명하다. 국내에서 독립영화 배급을 담당하고 있는 ‘인디스토리’와 ‘시네마달’의 영화들은 많아야 전국 25개관, 평균 20개 이내의 상영관에 걸리고 있다. ‘도둑들’, ‘광해’를 비롯한 국산 상업영화나 ‘아바타’ 같은 할리우드산 블록버스터 대작들이 많게는 800개 이상의 상영관을 차지하고 마케팅 예산으로만 수십억을 사용하는 것에 비하면 그야말로 초라한 숫자이다. 실제로 비교적 최근인 1994년 대학로에 동숭시네마텍이 국내 최초의 예술영화전용관으로 들어섰고, 2000년대 초반까지 멀티플렉스 영화관의 성장과 동반되어 ‘씨네큐브’, ‘씨네콰논’, ‘스폰지하우스’, ‘하이퍼텍나다’ 등의 예술영화 전용관이 들어서면서 예술영화의 저변확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똥파리’, ‘원스’, ‘워낭소리’ 등 극소수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상업적 성공에 실패하였고, 그 결과 현재 예술영화 전용관은 전국 25개 극장, 총 상영관 28개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많은 적자에도 불구하고 여러 기업들이 공익사업 차원에서 지원하는 가운데 악전고투하는 상황이라 언제 더 상황이 악화될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황금만능주의와 쾌락주의가 만연화된 현대사회에서 이러한 흐름은 전혀 새롭지 않고 도리어 필연적이다. ‘예술’이란 사치 아니면 허세라는 인식을 갖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고, 영화관은 점점 거대자본이 독점해나가면서 영화산업 증진보다는 수익사업이 우선시될 수 밖에 없는 구조로 굳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대중은 영화를 예술이라기보다는 오락의 한 분야로 파악하고 있고, 그에 따라 좀 더 웅장하고 말초를 자극하는 영화에 끌리고 만족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대형 멀티플렉스 사업자들 역시도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이러한 대중의 입맛에 맞춰 예술영화보다는 상업영화 위주로 배급할 수 밖에 없다. 결국 어떤 물결이 있어 사회전반의 헤게모니 대전환이 있지 않는 한 예술영화는 근본적으로 늘 위기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예술영화가 위기라고 해서 꼭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가는 별개의 문제이다. 그 둘의 연결고리에 “예술영화는 존재해야 할 의의가 있다”라는 명제가 들어가야 비로소 위기의 예술영화에 대한 대책을 강구해야 하는 당위성이 갖춰지게 된다. 이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Yes”이다. 자본이 영향을 미치지 않는 사회분야가 거의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예술영화는 자본으로부터 독립되어 이 사회의 이면과 인간 본성에 대해 작가주의적 관점에서 자유롭게 조명한다. 이는 전인류적 관점에서 볼 때 일종의 영상 기록유산인 것이며-상업영화 역시도 기록유산으로의 가치가 없다고 볼 수는 없지만 자극적인 양념으로 비벼놓은 현실은 이미 현실이라고 하기 민망하다-작가가 사회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철학적 역할까지 수행한다. 역사, 철학이라는 말 조차 고리타분하게 여겨지는 현대 사회에서 예술영화는 인간 본성의 회복을 위한 인문학의 척탄병 역할을 해내고 있고,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장르인 것이다.


  그렇다면 예술영화의 유지보전을 위해 어떤 대책을 마련해야 할까? ‘국가가 지원해줘야 한다’라는 말은 그럴싸해 보이나 황우석 박사 등의 사례를 통해 볼 때 유명 감독들에게 그 지원이 집중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사회환원 측면에서 ‘기업이 지원해줘야 한다’라는 주장 역시 영화제 수상감독 위주로 돌아갈 수 있으며 기업이 과연 자발적으로 지원해 줄 지에 대한 의문도 든다. 그리고 두 가지 방안 모두 국가 또는 기업에 일종의 채무를 갖게 되는 것이므로 예술영화(독립영화) 고유의 아나키즘적 자유를 훼손시킨다는 점에서 작금의 산업적 위기를 넘어서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원적 위기를 야기할 우려가 있다.


  내가 제시하는 해법은 영화진흥위원회의 <영화발전기금>과 독립된 예술영화 펀드의 마련이다. 국가와 기업으로부터 영화제작자가 직접 받는 것이 아니라 중간 다리로써 기금이 존재하는 것이다. 이 경우 영화제작자는 국가와 기업의 간섭으로부터는 자유롭고, 국가, 기업 역시도 특정 영화에 지원하는 것보다 중립적 기금에 지원함으로써 사회환원의 명분은 쌓으면서 여러 특혜 논란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질 수 있다. 이 기금에 예술영화를 사랑하는 관객들이나 배우들도 일정 정도 참여한다면 재정은 더욱 튼실해질 수 있을 것이다. 또 이 기금을 통해 제작된 영화의 수익금의 일부를 다시 기금에 반납하여 지속 가능한 펀드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다 할지라도 현재 예술영화 시장의 규모를 통해 볼 때 펀드는 마이너스 성장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예술영화의 의의에 대한 지속적인 홍보와 영화제작자들의 수작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통해 ‘기금’의 펀더멘탈을 강화하고, 수익성도 증대시켜야만 예술영화의 위기를 견뎌낼 수 있다. 물론 이 때의 수익성 증가가 예술영화의 본질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이뤄져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예술영화 애호가로써 이런 위기 속에서도 높은 수준의 예술영화를 뽑아내는 감독 및 배우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졸고를 마친다.

신고

'생각풀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술영화의 위기와 그 대책의 고찰  (0) 2012.11.16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변.  (0) 2012.11.11
12년 9월 6일의 일기  (0) 2012.10.28
말과 글에 대하여  (0) 2012.10.28
56번째 죽음을 생각하며...  (0) 2012.06.04
일상다반사 | Posted by 연꽃새벽 2012.11.16 17:00

첫눈 오던 날.

오후 3시쯤, 나는 회의한답시고 MDL에서 경회와 원종이형과 함께 있었는데 때마침 창문을 바라보니 약한 눈발이 날리고 있었다. 이야... 늘 그래왔듯 올해도 첫눈은 이렇게 맞이하는구나... 하며 탄식했는데 다행히 뉴스를 보니 공식 첫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나 크게 달라질 것은 없어보인다.

 

라고 글을 남기는 순간에 서울에 공식 첫눈이 내렸다. 결국 혼자 노트북으로 페이스북하며 첫눈을 맞이하게 된 꼴이다.

신고

'일상다반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첫눈 오던 날.  (0) 2012.11.16